Tuesday 21 March 2017

민족대표 33인의 후손들...이 친일파 자손이라 떵떵거리고 산다고?(1)

이번 설민석 강사와 민족대표 33인 관련 논란에서 가장 어이없고 근거없는 악성 루머 중의 하나가 이 루머다.

"민족대표 33인 대다수가 변절해서 친일파였고, 그래서 그 후손들이 친일파의 후손으로 재산도 많이 물려 받고 해서 떵떵거리고 살고 있다. 그래서 33인 유족회라는 단체가 진보 진영의 설민석 강사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야 말로 아무런 근거도 맥락도 없이 등장한 말이다. 민족대표 33인의 후손이 어떤 삶을 사는지 제대로 조사해 본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원인을 짐작해 볼 단서는 있다.

1. 루머의 출발 지점 : "33인 유족회"의 존재
 설민석 강사가 민족대표 33인을 폄훼하는 강의를 했다는 것에 대해 "33인 유족회"가 항의를 했다는 팩트에서 논리가 출발한다. "33인 유족회"가 존재하는 것도, 민족대표 33인의 직계 장손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 분명한 팩트가 대중들의 성향과 무지와 맞물려져서 이상한 루머로 발전하게 된다.

2. 루머의 시작 : "33인 유족회"는 보수다.
 루머의 논리는 무한도전 등에서 활동하고 대중 중심의 사관을 가지고 있어 진보 진영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설민석 강사가 "33인 유족회"에 의해 '공격'당했다는 관점에서부터 시작한다. 여기에는 진영논리가 가미되어 있다. 무한도전=설민석=대중 사관=진보 진영 VS 그 설민석을 공격한 "33인 유족회"=보수 진영=친일파라는 기발하고 독특한 진영논리가 여기 들어있는 것이다. 필자 또한 무한도전의 광팬이며, 태어나기를 보수로 태어났다가 자라면서 점점 진보 쪽으로 방향을 틀어 현재는 중도 진보 진영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 진영논리는 좀 과하지 않은가?

3. 루머의 완성 : "33인 유족회"는 친일파다.
 앞의 논리는 "33인 유족회"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다음과 같이 심화된다. 민족대표 33인의 후손들이 "33인 유족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한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그들은 재산이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있는 유력자들임에 틀림없고, 그들이 그럴 수 있는 것은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운동가로 산 것이 아니라 친일파로 변절했다는 정황 증거라는 것이다. 즉,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대체로 독립운동 때문에 가세가 기울어 힘들게 살고 있고, 반대로 친일파들은 그 때 모은 재산과 지위로 지금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는 최근 특히 부각되고 있는 아픈 진실을 여기에다가 잘못 적용한 셈이다.

4. 루머의 문제점 : 논리적으로도 문제, 팩트도 문제.
 그런데 이 논리들은 거의 대부분이 잘못된 정보에 기초하고 있고, 내적으로도 충분한 논리가 아니다. 팩트에 대해서는 아래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므로 일단 여기에서는 논리의 내적 문제를 먼저 짚어 보자.

 1) 진영논리의 남용 : 앞서 잠깐 이야기했지만, 진영논리는 너무 과하게 남용되면 안 된다.필자가 아직 진보에 완전히 발을 들여 놓지 않고 중도에 발을 걸치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가 갈 수록 극단적 주장만이 힘을 얻는 사회로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있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고, 그냥 적인 정도가 아니라 때려 죽일 대상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 설민석 강사가 진보 진영에 속한 인물인지는 둘째 치고, 진보 진영에 속한 인물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다 보수라고 할 수 있는가? (심지어 그들 인식 속에서는 보수일 뿐만 아니라 친일파라고 여기고 있으니 더욱 문제다.)
 "33인 유족회"가 보수라는 또 다른 정황 근거로 그들이 드는 것 중에 하나는 "33인 유족회"가 국정교과서에 대해 반대 성명을 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중요한 국가적 역사 이슈에 침묵하다가 조상들을 건드리니 (그것도 치부를 건드리니) 발끈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인신공격이다. 팩트 체크는 잠시 후에 하기로 했으니 넘어가고, 이 논리는 과연 정상적인 논리일까? 이 주장을 하는 이들은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단체들 중에서 어떤 단체들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했고 어떤 단체들이 찬성했으며 어떤 단체들이 침묵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을까? "33인 유족회"라는 이번에 처음 들어보게 된 단체가 1년 전, 혹은 6개월 전 국정교과서 반대 성명을 냈는지 안 냈는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런데 내 기억에 없으니 안 낸 것이고, 안 냈으니 찬성한 것이고, 찬성했으니 보수 친일파라는 이 논리는 내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팩트 자체를 체크해 보면, "33인 유족회"는 광복회 산하 단체다. 민족대표들의 장손만 가입되어 있으므로 인원 자체가 얼마 안 되는 작은 단체다. 광복회에서 국정 교과서 반대 성명을 내면서 여러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과 일반 시민들의 서명을 모아 정부에 전달한 바 있는데, "33인 유족회"의 대부분은 여기에 같이 서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2) 단체의 운영은 돈이 들 것이니 후손들이 부자일 것이라는 논리 : 위에 잠깐 언급했지만 "33인 유족회"는 작은 단체다. 1947년 발족하였고 청계천 주변의 작은 사무실을 전전하며 활동해 왔으며, 정부의 지원은 전혀 없었기에 활동이 미약한 편이었다. 만약 단체를 운영하는 이들이 모두 부자라면 세월호 유족들도 부자인가? 단체의 운영이 돈이 들 것이니 후손들이 부자이고, 그 말은 곧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한 게 아니라 친일하여 재산을 모은 것이라는 이 논리는 논리 자체에 이미 오류가 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정상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33인 유족회"와 친일파의 후손이라고 주장할 논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이 루머는 감히 설민석을 공격했다는 진영 논리 + 민족대표 33인이 한 게 없고 대부분 변절했다는 자신들의 선입견에 의해 만들어진 자폭 논리라고 할 수 있다.



2편 팩트 체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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